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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없는 학교
양서영(15세)
우리 학교 4층에는 작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개별학습지원실, 줄여서 개별 반이라고 부르는 교실이 있습니다. 개별 반은 지적 장애가 있어서 일반 교실에서 함께 수업 듣는 것이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놓은 반인데, 개별 반 이용 학생들은 평소에는 교실에 있다가 이동 수업이나 개별 반에서 수업이 있을 때 그곳에 갑니다. 제가 1년 동안 도우미를 맡았던 고은이도 개별 반에 있는 아이 중 한 명입니다.그런데 이번 2학기 때부터 고은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놀림의 이유는 고은이를 위한 학교의 배려가 다른 친구들에게 ‘특별대우’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수업 중에 툭툭 치는 거로 시작되었다가 점차 강도가 강해져 매 수업시간 마다 가방을 치기도 하고 등을 두드리기도 하였습니다.그러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조별로 게임을 하다가 한 아이가 고은이가 있는 바로 앞에서 “쟤 무슨 장애냐?”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고은이가 자신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고은이의 감정 따위는 상관없는 건지,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큰 충격이었고, 그 친구가 지금까지 고은이를 무시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상황에서 가만히 있었고, 유일하게 했던 일은 그냥 그 아이의 자리를 고은이와 떨어지게 해 달라고 담임선생님께 부탁한 것뿐이었습니다.그 사건 이후 저는 개별 반 친구들과 다른 친구들의 관계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개별 반에 다니는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고은이는 ‘라바’ 캐릭터와 무언가 만들어 보는 것을 좋아하고, 단체에 소속되지 못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자주 이 사실을 망각하고 고은이를 그저 장애인으로만 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대놓고 싫어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특정한 인식만 있을 뿐, 그 친구의 개인적인 성격이나 재능, 선호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이유는 그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고은이 같은 친구들을 놀릴 수 있고, 걔는 어차피 못 들었을 것이다, 장난이었다, 라고 정당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장애’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욕으로 쓰이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 중에 그들을 깔보고 비장애인보다 못한 존재라는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인 교감이 필요합니다. 저는 1년 동안 고은이의 도우미를 하면서 그들을 장애인, 그 이상 그 이하로 보지 않았는지 스스로 많이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은 그들에게도 각기 다른 재능이 있으며 열정적으로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저는 또한 이렇게 편견에 갇혀 상대를 일반화하는 경우가 학교에 더 많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꼭 장애에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겉모습이나 성적만 보고 색안경을 끼고 상대를 대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것은 곧 차별로 이어질 것입니다. 편견으로 인한 차별이 가득 찬 학교라면, 아무도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거고, 그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장소가 되어버릴 거라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저는 학교에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이나 또 다른 소수자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면 편견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고은이 같은 아이들이 세상에 더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고, 장애든, 외모든, 다른 차이점에서도 차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고통받는 사람도 줄어들고, 그들의 가능성을 키움으로써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의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되지 않는다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응원할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출처] [48호] 학교의 슬픔 : 편견이 없는 학교 |작성자 인디고잉